2008년 09월 19일
My Aunt Mary drift 리뷰 및 인터뷰
◆ 마이 언트 메리 인터뷰
'한국 모던 록의 현재진행형'이라는 수식이 결코 과하지 않은 3인조 밴드 마이 언트 메리(My Aunt Mary)가 2년 4개월 만에 새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인디에서 솟아나 2004년에 발표한 앨범 < Just Pop >을 가지고 한국대중음악상의 노른자위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은 이들은 한국 인디의 현주소이자 미래의 좌표이기도 하다.
통산 네 번째 앨범이 되는 이번 < Drift >는 그룹이 결성되었을 적부터 그들의 지향인 '단지 팝(just pop!!)'을 한 단계로 더 끌어올려 '인디의 대중성'에 대한 깃대를 꽂으려는 회심작이기도 하다. 그들의 그릇인 모던 록 그리고 다수 대중이 교감할 수 있는 결과물, 이 두 가지를 동시 포획하려는 것이다.
앨범의 정식 발매를 사흘 앞둔 날인 12월9일 오후 이른 시간, 서울 홍대 근처의 커피숍에서 자리에 임한 정순용(기타, 보컬), 한진영(베이스) 박정준(드럼)은 마치 그들의 음악 색깔처럼 친화적이고 부드러운 톤으로 매 질문 답변에, 그리고 수록 곡 전부의 설명에 성의를 다했다. 젠틀한 그룹. 신보 공개 이전, 매체와의 최초 인터뷰에서 그들은 새 음반을 '대중들에게 좀더 이해될 수 있는 앨범'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앨범은 플럭서스로 옮겨 내놓은 작품인데, 가서 보니 작업환경이 어떻던가요?
(정순용) 플럭서스는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어서 스튜디오 작업을 좀 여유롭게 할 수 있었어요. 전에는 비용 때문에 '쫓기듯이' 하는 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굉장히 편하게 작업했어요. (웃으며) 녹음 시에 소파에 누워서 이래저래 쳐보기도 했으니까요.
앨범의 방향이나 수록곡과 관련해 플럭서스와 약간의 의견 충돌은 없었는지.
(박정준) 의견 차이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딪치지는 않았어요. 저희가 원래 좀 '다가가는' 음악을 하길 원하는 팀이었고, 그래서 우리한테 가장 맞는 회사가 플럭서스라고 생각해서 우리가 스스로 플럭서스에 들어가려고 했죠. 사실은 3집 < Just Pop >도 플럭서스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거였어요. 음반작업 중에도 만든 곡을 플럭서스 측에 들려드렸는데, 김병찬사장님은 “이건 아니야!”란 소리는 절대 안 하시는 분이죠. 자유롭게 음악 할 수 있는 분위기는 보장 받았어요.
지난 번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의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수상 이후 바로 소속사도 바뀌어서 음악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신보를 만드는데 있어서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 같구요. 그 간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네요.
(정순용) 그 상이 상업성보다는 음악성에 주는 상이잖아요. 그래서 막 데모를 작업할 때는 너무 음악적인 욕심을 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우리에게 음악성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연주도 들려주는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상에 대한 압박이 있다가 보니 왠지 모르게 자꾸만 뭔가를 보여주려는 쪽으로 흘러가더군요. (웃으며) 그렇게 나왔더라면 큰일 날 뻔 했죠. 데모를 과감히 엎어버리고 새로 시작했습니다.
그럼 생각이 바뀐 다음에, 새로이 설정한 방향은 어떤 거였나요?
(정순용) 듣는 사람들에게 이해도를 높여 주고 싶었어요. 마이 언트 메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대중적으로 가는 것 말이죠.
그럼 수록된 곡 가운데 어떤 곡을 쓰면서 생각이 바뀌고, 활기를 찾았나요?
(한진영) '148km', 'Sweet' 같은 곡들을 작업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된 것 같습니다. 데모가 엎어질 때는 좀 힘들었죠.
창의성이 돋보이는 'Sweet'는 프린스(Prince) 같은 느낌이 있던데요.
(정순용) 어, 그래요? 정말 'Sweet'은요, 제가 프린스를 많이 좋아해서 프린스처럼 해보려고 만든 곡 맞아요. 'The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는 한 백번 쯤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 프린스같이 들린다'라는 반응과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것은 틀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고민이 좀 풀린 것 같아요.
이번 음반은 저 같은 외부 인이 얼핏 생각하기에는 모던 록에다 잭 존슨(Jack Johnson) 스타일을 담지 않을까 예측하기도 했는데.
(한진영) 사실 그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완전히 어쿠스틱으로요. 하지만, 우리가 이 위치에서 이걸 하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우리가 이런 음악을 할 '짬'이 안 된다는 생각이요. 아직은 우리의 네임 밸류가...
리스너블한 음악을 하려면, 3인조 구성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선율 감을 더 보완하려면 건반 멤버를 더 두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요?
(정순용) 그런 점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음악적으로는 그럴 수 있겠지만 멤버는 그것에 앞서 밴드, 밴드 라이프가 맞아야 하죠. 또 하나의 멤버가 이미 셋이 구축한 마이 언트 메리와 생활한다는 것은 부담이 됩니다.
이제 한 곡 한 곡 씩 살펴보도록 하죠. '모놀로그'를 첫 곡으로 배치했는데요, 들어보니 전작과 색감이 확연히 다르고 보컬도 울먹이는 듯 들려요. 감정이 많이 실려 있는 것 같던데.
(정순용) '모놀로그'는, 살면서 내가 원하는 나랑 살아가는 내가 너무 떨어진다는, 그런 슬픈 느낌으로 좀 불렀어요. '어른'이 되어간다고 할까요. 갑자기 나이가 드는 것을 체감이 드는 순간이 왔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제가 오피스텔에 혼자 살게 되었거든요. 너무나 외롭더라고요. 저는 얼마 전까지 그런 걸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아요. 혼자이고, 어려운 상황인데, 그런 와중에 노래하다보니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네 번째 곡인 'With'가 타이틀이라면서요? 리듬도 편하고 멜로디도 잘 들리는 게 타이틀 감이라고 생각했어요.
(한진영) 마지막에 녹음한 곡인데요. 어쿠스틱한 감을 살려 편안하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시간이 더 있으면 “아.. 이것도 해볼걸..” 하면서 더 해보거나 바꿔보기 마련인데, 마지막이다 보니까 더 편안했던 것 같아요. 가사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종반에서 잭 니콜슨이 여 주인공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보고서 썼어요. 거기에서 '당신으로 인해 내가 좀 더 나아지고 있다'는 대사가 참 맘에 들더라구요.
'너는 내 마음 속에'는 어떤 곡인가요.
(박정준) 초반에 작업한 곡인데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곡이 '너는 내 마음 속에'에요. 써놓았던 서로 다른 노래 두 개를 붙여서 만든 노래고요, 제 생각엔 연주 쪽에 좀 더 힘이 실린 곡 같아요. 가사는 순용이가 가사를 썼는데요, 그건 진짜 순용이 얘기에요.
순용씨 이야기라면, 가사 중에 유럽 얘기가 나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정순용) 항상 “유럽 한 번 가야 돼..” 하는 얘기를 하곤 했던 여자에 관한 이야기에요.
앞에 피아노도 잘 처리되었고 멜로디도 각별한 곡 '반지를 빼면서'는 실제 경험담이죠? 여자와 헤어지는 얘기인데 겪은 일이 아니면 이런 가사는 나오지 않죠.
(한진영) 제가 가사를 썼는데요. 절대 아니에요. 그냥 상상으로 만든 노래에요. 정말 리얼한 상상을 하면서 만들었어요. 카페에 어느 남녀가 앉아 있는 장면인데요, 여자는 울고만 있고, 남자는 딱 일어나서 반지를 빼요. 반지는 그냥 어떤 매개, 상징 같은 거죠.
'특별한 사람'은 피아노 곡이던데.
(정순용) 시작할 때부터 피아노로 곡을 썼어요. 제가 그 곡을 쓰게 된 모티브는 일본 그룹 '안전지대(安全地帶)'의 타마키 코지인데요, 그 양반이 하는 거 사실 악기도 별로 없고, 대단히 유혹적이지도 않은데, 딱 들으면 숙연해지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정말 상업적인 것도 경험했던 사람이고, 대 배우와 결혼해서 헤어진 경험도 있는 사람이고, 그러면서 나중엔 마라톤 하면서 살고.. 그 형님의 면모를 사운드나 보이싱 면에서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었어요. (기타 중심인 타마키 코지 음악을 들으면서 어떻게 피아노로 곡을 썼느냐고 재차 묻자) 비록 기타라도 그의 연주는 다분히 피아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타로는 잘 안되더라구요.
'그걸로도 충분해'는 어떤 곡인가요.
(박정준) 미국 미네아폴리스 록 밴드인 스파이모브(Spymob)의 음악이 저한테는 센세이션 했어요. 우리는 솔직히 '우리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만한 요소를 빼오자'란 생각을 하면서 남의 음악을 들을 때가 많아요. 그런 식의 노력이 함축된 곡이라고 할까요. 이 곡에서 제가 얻은 점은 바운스 감이었어요. 그런 그루브가 사실은 꽤 힘들더라고요. 굉장히 좋은 드럼과 굉장히 좋은 베이스가 낼 수 있는 감이죠.
'인생의 챕터'는요.
(정순용) 이것도 '모놀로그'처럼 그 '어른' 노래에요. 다 웃고 좋은 옷 입고 있지만, 집에 들어가서 새벽 시간에는 다 똑같은 그런 면이요. 음악적으로는 모타운 스타일 스타일을 한 번 흉내내보고 싶었어요. 여유가 있고, 낭만도 있는 그런 거요. 마빈 게이(Marvin Gaye) 같은 약간 풀어진 느낌도 해보고 싶었어요.
'랑겔한스'는 뭔가요.
(정순용) 제가 하루키의 '랑겔한스 섬의 오후'라는 단편을 읽었는데, 랑게란스 섬이라는 게, 몸 안에 있는 신경 조직 이름인데요, 의학 용어로 랑겔한스 섬이라고 한대요. 책 내용이 하루키 자신도 그걸 정말로 섬이라고 착각을 해서, 봄날에 학교 땡땡이 까고, 그 섬에서 오후를 보냈다는 건데... '착각'인데 그 때는 정말 그게 아닌 줄 알았다는, 뭐 그런 얘기에요.
그런데, 마지막 곡이 왜 'S.E.O.U.L.'이에요? 갑자기 동떨어진 '서울'이 나와서 의외였습니다.
(정순용) 저희가 동남아 여행을 몇 번 갔었는데요, 갈 때는 뭔가를 찾아가듯이 가고 싶고, 쉬고 싶고 그런 마음에 갔는데, 그래도 어차피 내가 사는 곳은 서울이고, 어차피 내가 돌아가야 할 곳도 서울이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신보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줄곧 정순용씨가 얘기했던 세상에서 동 떨어진 나 자신, 곧 소외나 외로움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정순용) 그래요. 전체적으로 그런 정서가 관통하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소외감을 느끼고 외롭고 혼자 있으면 다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앨범 제목으로 유랑한다는 의미의 'drift'를 쓴 것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구요.
신보 얘기를 떠나서 최근에 나온 음악들도 듣는지.
(박정준) 앨범을 열심히 사긴 사는데, 저는 사실 최근 밴드 중에서 가장 알려진 밴드 음악을 좀 사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요즘은 벤 폴즈(Ben Folds)를 잘 듣고 있죠.
혹시 킬러스(Killers)의 음악은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마이 언트 메리와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진영) 저희는 드라이브를 거는 음악을 어느 순간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한국의 인디 초기에는 비타협적인 음악이 많았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마이 언트 메리는 좀 '들리는' 음악을 하겠다는 지향을 강조했고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죠. 어떻게 그런 방향타를 갖게 됐나요?
(정순용) 멤버 각자가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모아 놓으니까, 공통점이 '듣기 편한' 음악이더라고요.
그럼 그 '듣기 편한' 음악은 대표적으로 누구였나요?
(정순용) 밴드로 따지면 저는 오아시스(Oasis)요.
(한진영) 저는 라디오헤드(Radiohead)였어요. 앨범도 < Pablo Honey >를 제일 좋아하고요, < The Bends >까지도 좋았는데, < OK Computer >부터 조금 그랬어요.
(박정준) 저는 흑인음악 쪽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라디오헤드나 오아시스는 처음엔 아는 곡들만 알았고 찾아서 듣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음악 취향의 차이 때문에 충돌하진 않았어요.
당시의 신촌 홍대 인디 씬 분위기로 미루어보면, 그런 편하고 들리는 음악에 대한 편견이 좀 있었을 텐데요.
(한진영) 솔직히 저희는 그런 걸 잘 못하겠더라고요. 만드는 과정, 공연하는 순간, 그런 것들이 좋았지, 사상을 논하고 철학을 논하고 그런 것은 저희가 좀 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자리가 좀 불편했어요.
한진영씨는 음악 하는 사람과 돈과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너무 안 좋아진다면 좀 고민이 될 것 같아요. 라면 먹으면서도 무조건 연습만 한다,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확실히 내 생활이 힘들고, 내가 보호해야 할 누군가가 힘들어한다면, 다른 일을 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이 돈에 앞서죠.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음악을 한다는 만족감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순용씨의 솔로 프로젝트이기도 한 토마스 쿡이란 이름은 어디에서 따온 건가요.
형이 항공사에 근무하셨는데, 어느 날 형이 서류를 잔뜩 들고 왔더라고요. 그 서류에 있는 어떤 회사 이름이었어요. 아마 창립자 이름이 아닐까 생각도 해요.
각각 좋아했던, 결정적인 음악을 든다면.
(박정준) 전 스팅(Sting)이에요. 그의 앨범 중에서 특히 1996년의 < Mercury Falling >을 좋아했죠. 그 무렵 88잔디마당에서 한 내한공연도 봤죠. 정말 사운드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 Just Pop > 때의 곡인 '비가 내려'는 그에 대한 관심을 음악으로 옮겨본 것이었죠.
(한진영) 심심한 학교생활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음악이었어요. 친구 따라 낙원상가를 가서 악기를 사고, 같이 연습 좀 하다가 밴드를 하게 되었거든요. 저희 형은 헤비메탈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 때 저는 세상의 음악은 이게 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가요는 많이 듣질 못했고요. 라디오도 외국음악 나오는 것들만 들었어요. 제 인생의 음반은 계속 바뀌고 있어요. 그래도 가장 근래에 것은 상기한 라디오헤드의 < Pablo Honey >, 벤 폴즈의 < Rockin' The Surburb > 잭 존슨의 < In Between Dreams >를 들 수 있죠. 칼라 블레이(Carla Bley) 그 사람은 화려하기보다는 베이스 라인이 되게 예뻐요.
(정순용) 제가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든 건, 윤상이었어요. 윤상 중에서 <이별 없던 세상>, 디지팩으로도 나왔던 걸 듣고서였죠. 외국음반 듣고서는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엄두도 못 냈어요. 앨범은 최고의 음반은 잘 안 떠오르고요, CD가 보이면 일단 망설임 없이 그냥 듣게 되는 음반으로는 헤리 코닉 주니어(Harry Connick Jr)의 1994년 < She > 앨범이에요.
이번 음반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박정준) 저는 대만족하고 있어요. (정순용) 그렇게 말했다가 크크... (한진영) 정말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안 해보던 것도 정말 반복해서 계속 노력해봤고요, 하지만 음반에 실리지는 않았어요. (정순용) 노래를 오래 해서 눈알이 막 쑤실 정도였습니다.
인터뷰: 임진모 소승근 이대화
정리: 이대화
www.izm.co.kr에서 퍼왔습니다.
'한국 모던 록의 현재진행형'이라는 수식이 결코 과하지 않은 3인조 밴드 마이 언트 메리(My Aunt Mary)가 2년 4개월 만에 새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 인디에서 솟아나 2004년에 발표한 앨범 < Just Pop >을 가지고 한국대중음악상의 노른자위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은 이들은 한국 인디의 현주소이자 미래의 좌표이기도 하다.
통산 네 번째 앨범이 되는 이번 < Drift >는 그룹이 결성되었을 적부터 그들의 지향인 '단지 팝(just pop!!)'을 한 단계로 더 끌어올려 '인디의 대중성'에 대한 깃대를 꽂으려는 회심작이기도 하다. 그들의 그릇인 모던 록 그리고 다수 대중이 교감할 수 있는 결과물, 이 두 가지를 동시 포획하려는 것이다.
앨범의 정식 발매를 사흘 앞둔 날인 12월9일 오후 이른 시간, 서울 홍대 근처의 커피숍에서 자리에 임한 정순용(기타, 보컬), 한진영(베이스) 박정준(드럼)은 마치 그들의 음악 색깔처럼 친화적이고 부드러운 톤으로 매 질문 답변에, 그리고 수록 곡 전부의 설명에 성의를 다했다. 젠틀한 그룹. 신보 공개 이전, 매체와의 최초 인터뷰에서 그들은 새 음반을 '대중들에게 좀더 이해될 수 있는 앨범'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앨범은 플럭서스로 옮겨 내놓은 작품인데, 가서 보니 작업환경이 어떻던가요? (정순용) 플럭서스는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어서 스튜디오 작업을 좀 여유롭게 할 수 있었어요. 전에는 비용 때문에 '쫓기듯이' 하는 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굉장히 편하게 작업했어요. (웃으며) 녹음 시에 소파에 누워서 이래저래 쳐보기도 했으니까요.
앨범의 방향이나 수록곡과 관련해 플럭서스와 약간의 의견 충돌은 없었는지.
(박정준) 의견 차이가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딪치지는 않았어요. 저희가 원래 좀 '다가가는' 음악을 하길 원하는 팀이었고, 그래서 우리한테 가장 맞는 회사가 플럭서스라고 생각해서 우리가 스스로 플럭서스에 들어가려고 했죠. 사실은 3집 < Just Pop >도 플럭서스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거였어요. 음반작업 중에도 만든 곡을 플럭서스 측에 들려드렸는데, 김병찬사장님은 “이건 아니야!”란 소리는 절대 안 하시는 분이죠. 자유롭게 음악 할 수 있는 분위기는 보장 받았어요.
지난 번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의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것이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수상 이후 바로 소속사도 바뀌어서 음악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신보를 만드는데 있어서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 같구요. 그 간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네요.
(정순용) 그 상이 상업성보다는 음악성에 주는 상이잖아요. 그래서 막 데모를 작업할 때는 너무 음악적인 욕심을 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우리에게 음악성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연주도 들려주는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상에 대한 압박이 있다가 보니 왠지 모르게 자꾸만 뭔가를 보여주려는 쪽으로 흘러가더군요. (웃으며) 그렇게 나왔더라면 큰일 날 뻔 했죠. 데모를 과감히 엎어버리고 새로 시작했습니다.
그럼 생각이 바뀐 다음에, 새로이 설정한 방향은 어떤 거였나요?
(정순용) 듣는 사람들에게 이해도를 높여 주고 싶었어요. 마이 언트 메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대중적으로 가는 것 말이죠.
그럼 수록된 곡 가운데 어떤 곡을 쓰면서 생각이 바뀌고, 활기를 찾았나요?
(한진영) '148km', 'Sweet' 같은 곡들을 작업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된 것 같습니다. 데모가 엎어질 때는 좀 힘들었죠.
창의성이 돋보이는 'Sweet'는 프린스(Prince) 같은 느낌이 있던데요.
(정순용) 어, 그래요? 정말 'Sweet'은요, 제가 프린스를 많이 좋아해서 프린스처럼 해보려고 만든 곡 맞아요. 'The most beautiful girl in the world'는 한 백번 쯤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 프린스같이 들린다'라는 반응과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 것은 틀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고민이 좀 풀린 것 같아요.
이번 음반은 저 같은 외부 인이 얼핏 생각하기에는 모던 록에다 잭 존슨(Jack Johnson) 스타일을 담지 않을까 예측하기도 했는데.
(한진영) 사실 그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완전히 어쿠스틱으로요. 하지만, 우리가 이 위치에서 이걸 하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우리가 이런 음악을 할 '짬'이 안 된다는 생각이요. 아직은 우리의 네임 밸류가...
리스너블한 음악을 하려면, 3인조 구성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선율 감을 더 보완하려면 건반 멤버를 더 두는 것이 낫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요?
(정순용) 그런 점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음악적으로는 그럴 수 있겠지만 멤버는 그것에 앞서 밴드, 밴드 라이프가 맞아야 하죠. 또 하나의 멤버가 이미 셋이 구축한 마이 언트 메리와 생활한다는 것은 부담이 됩니다.
이제 한 곡 한 곡 씩 살펴보도록 하죠. '모놀로그'를 첫 곡으로 배치했는데요, 들어보니 전작과 색감이 확연히 다르고 보컬도 울먹이는 듯 들려요. 감정이 많이 실려 있는 것 같던데.
(정순용) '모놀로그'는, 살면서 내가 원하는 나랑 살아가는 내가 너무 떨어진다는, 그런 슬픈 느낌으로 좀 불렀어요. '어른'이 되어간다고 할까요. 갑자기 나이가 드는 것을 체감이 드는 순간이 왔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제가 오피스텔에 혼자 살게 되었거든요. 너무나 외롭더라고요. 저는 얼마 전까지 그런 걸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아요. 혼자이고, 어려운 상황인데, 그런 와중에 노래하다보니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네 번째 곡인 'With'가 타이틀이라면서요? 리듬도 편하고 멜로디도 잘 들리는 게 타이틀 감이라고 생각했어요.
(한진영) 마지막에 녹음한 곡인데요. 어쿠스틱한 감을 살려 편안하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시간이 더 있으면 “아.. 이것도 해볼걸..” 하면서 더 해보거나 바꿔보기 마련인데, 마지막이다 보니까 더 편안했던 것 같아요. 가사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종반에서 잭 니콜슨이 여 주인공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보고서 썼어요. 거기에서 '당신으로 인해 내가 좀 더 나아지고 있다'는 대사가 참 맘에 들더라구요.
'너는 내 마음 속에'는 어떤 곡인가요.
(박정준) 초반에 작업한 곡인데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곡이 '너는 내 마음 속에'에요. 써놓았던 서로 다른 노래 두 개를 붙여서 만든 노래고요, 제 생각엔 연주 쪽에 좀 더 힘이 실린 곡 같아요. 가사는 순용이가 가사를 썼는데요, 그건 진짜 순용이 얘기에요.
순용씨 이야기라면, 가사 중에 유럽 얘기가 나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정순용) 항상 “유럽 한 번 가야 돼..” 하는 얘기를 하곤 했던 여자에 관한 이야기에요.
앞에 피아노도 잘 처리되었고 멜로디도 각별한 곡 '반지를 빼면서'는 실제 경험담이죠? 여자와 헤어지는 얘기인데 겪은 일이 아니면 이런 가사는 나오지 않죠.
(한진영) 제가 가사를 썼는데요. 절대 아니에요. 그냥 상상으로 만든 노래에요. 정말 리얼한 상상을 하면서 만들었어요. 카페에 어느 남녀가 앉아 있는 장면인데요, 여자는 울고만 있고, 남자는 딱 일어나서 반지를 빼요. 반지는 그냥 어떤 매개, 상징 같은 거죠.
'특별한 사람'은 피아노 곡이던데. (정순용) 시작할 때부터 피아노로 곡을 썼어요. 제가 그 곡을 쓰게 된 모티브는 일본 그룹 '안전지대(安全地帶)'의 타마키 코지인데요, 그 양반이 하는 거 사실 악기도 별로 없고, 대단히 유혹적이지도 않은데, 딱 들으면 숙연해지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은 정말 상업적인 것도 경험했던 사람이고, 대 배우와 결혼해서 헤어진 경험도 있는 사람이고, 그러면서 나중엔 마라톤 하면서 살고.. 그 형님의 면모를 사운드나 보이싱 면에서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었어요. (기타 중심인 타마키 코지 음악을 들으면서 어떻게 피아노로 곡을 썼느냐고 재차 묻자) 비록 기타라도 그의 연주는 다분히 피아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타로는 잘 안되더라구요.
'그걸로도 충분해'는 어떤 곡인가요.
(박정준) 미국 미네아폴리스 록 밴드인 스파이모브(Spymob)의 음악이 저한테는 센세이션 했어요. 우리는 솔직히 '우리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만한 요소를 빼오자'란 생각을 하면서 남의 음악을 들을 때가 많아요. 그런 식의 노력이 함축된 곡이라고 할까요. 이 곡에서 제가 얻은 점은 바운스 감이었어요. 그런 그루브가 사실은 꽤 힘들더라고요. 굉장히 좋은 드럼과 굉장히 좋은 베이스가 낼 수 있는 감이죠.
'인생의 챕터'는요.
(정순용) 이것도 '모놀로그'처럼 그 '어른' 노래에요. 다 웃고 좋은 옷 입고 있지만, 집에 들어가서 새벽 시간에는 다 똑같은 그런 면이요. 음악적으로는 모타운 스타일 스타일을 한 번 흉내내보고 싶었어요. 여유가 있고, 낭만도 있는 그런 거요. 마빈 게이(Marvin Gaye) 같은 약간 풀어진 느낌도 해보고 싶었어요.
'랑겔한스'는 뭔가요.
(정순용) 제가 하루키의 '랑겔한스 섬의 오후'라는 단편을 읽었는데, 랑게란스 섬이라는 게, 몸 안에 있는 신경 조직 이름인데요, 의학 용어로 랑겔한스 섬이라고 한대요. 책 내용이 하루키 자신도 그걸 정말로 섬이라고 착각을 해서, 봄날에 학교 땡땡이 까고, 그 섬에서 오후를 보냈다는 건데... '착각'인데 그 때는 정말 그게 아닌 줄 알았다는, 뭐 그런 얘기에요.
그런데, 마지막 곡이 왜 'S.E.O.U.L.'이에요? 갑자기 동떨어진 '서울'이 나와서 의외였습니다.
(정순용) 저희가 동남아 여행을 몇 번 갔었는데요, 갈 때는 뭔가를 찾아가듯이 가고 싶고, 쉬고 싶고 그런 마음에 갔는데, 그래도 어차피 내가 사는 곳은 서울이고, 어차피 내가 돌아가야 할 곳도 서울이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신보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줄곧 정순용씨가 얘기했던 세상에서 동 떨어진 나 자신, 곧 소외나 외로움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정순용) 그래요. 전체적으로 그런 정서가 관통하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소외감을 느끼고 외롭고 혼자 있으면 다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앨범 제목으로 유랑한다는 의미의 'drift'를 쓴 것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구요.
신보 얘기를 떠나서 최근에 나온 음악들도 듣는지.
(박정준) 앨범을 열심히 사긴 사는데, 저는 사실 최근 밴드 중에서 가장 알려진 밴드 음악을 좀 사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요즘은 벤 폴즈(Ben Folds)를 잘 듣고 있죠.
혹시 킬러스(Killers)의 음악은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마이 언트 메리와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진영) 저희는 드라이브를 거는 음악을 어느 순간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한국의 인디 초기에는 비타협적인 음악이 많았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마이 언트 메리는 좀 '들리는' 음악을 하겠다는 지향을 강조했고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죠. 어떻게 그런 방향타를 갖게 됐나요?
(정순용) 멤버 각자가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모아 놓으니까, 공통점이 '듣기 편한' 음악이더라고요.
그럼 그 '듣기 편한' 음악은 대표적으로 누구였나요?
(정순용) 밴드로 따지면 저는 오아시스(Oasis)요.
(한진영) 저는 라디오헤드(Radiohead)였어요. 앨범도 < Pablo Honey >를 제일 좋아하고요, < The Bends >까지도 좋았는데, < OK Computer >부터 조금 그랬어요.
(박정준) 저는 흑인음악 쪽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라디오헤드나 오아시스는 처음엔 아는 곡들만 알았고 찾아서 듣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음악 취향의 차이 때문에 충돌하진 않았어요.
당시의 신촌 홍대 인디 씬 분위기로 미루어보면, 그런 편하고 들리는 음악에 대한 편견이 좀 있었을 텐데요.(한진영) 솔직히 저희는 그런 걸 잘 못하겠더라고요. 만드는 과정, 공연하는 순간, 그런 것들이 좋았지, 사상을 논하고 철학을 논하고 그런 것은 저희가 좀 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자리가 좀 불편했어요.
한진영씨는 음악 하는 사람과 돈과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너무 안 좋아진다면 좀 고민이 될 것 같아요. 라면 먹으면서도 무조건 연습만 한다,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확실히 내 생활이 힘들고, 내가 보호해야 할 누군가가 힘들어한다면, 다른 일을 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이 돈에 앞서죠.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음악을 한다는 만족감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순용씨의 솔로 프로젝트이기도 한 토마스 쿡이란 이름은 어디에서 따온 건가요.
형이 항공사에 근무하셨는데, 어느 날 형이 서류를 잔뜩 들고 왔더라고요. 그 서류에 있는 어떤 회사 이름이었어요. 아마 창립자 이름이 아닐까 생각도 해요.
각각 좋아했던, 결정적인 음악을 든다면.
(박정준) 전 스팅(Sting)이에요. 그의 앨범 중에서 특히 1996년의 < Mercury Falling >을 좋아했죠. 그 무렵 88잔디마당에서 한 내한공연도 봤죠. 정말 사운드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 Just Pop > 때의 곡인 '비가 내려'는 그에 대한 관심을 음악으로 옮겨본 것이었죠.
(한진영) 심심한 학교생활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음악이었어요. 친구 따라 낙원상가를 가서 악기를 사고, 같이 연습 좀 하다가 밴드를 하게 되었거든요. 저희 형은 헤비메탈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 때 저는 세상의 음악은 이게 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가요는 많이 듣질 못했고요. 라디오도 외국음악 나오는 것들만 들었어요. 제 인생의 음반은 계속 바뀌고 있어요. 그래도 가장 근래에 것은 상기한 라디오헤드의 < Pablo Honey >, 벤 폴즈의 < Rockin' The Surburb > 잭 존슨의 < In Between Dreams >를 들 수 있죠. 칼라 블레이(Carla Bley) 그 사람은 화려하기보다는 베이스 라인이 되게 예뻐요.
(정순용) 제가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이 든 건, 윤상이었어요. 윤상 중에서 <이별 없던 세상>, 디지팩으로도 나왔던 걸 듣고서였죠. 외국음반 듣고서는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엄두도 못 냈어요. 앨범은 최고의 음반은 잘 안 떠오르고요, CD가 보이면 일단 망설임 없이 그냥 듣게 되는 음반으로는 헤리 코닉 주니어(Harry Connick Jr)의 1994년 < She > 앨범이에요.
이번 음반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박정준) 저는 대만족하고 있어요. (정순용) 그렇게 말했다가 크크... (한진영) 정말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안 해보던 것도 정말 반복해서 계속 노력해봤고요, 하지만 음반에 실리지는 않았어요. (정순용) 노래를 오래 해서 눈알이 막 쑤실 정도였습니다.
인터뷰: 임진모 소승근 이대화
정리: 이대화
www.izm.co.kr에서 퍼왔습니다.
# by | 2008/09/19 16:00 | music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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